[마이너리티의 소리] 해외한국학교 누가 키웁니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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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마이너리티의 소리] 해외한국학교 누가 키웁니까

[중앙일보] 입력 2002.03.27 19:07 / 수정 2003.10.28 15:28
'야쿠츠크' 하면 그게 어디인가 하고 되묻는 사람이 많다. 야쿠츠크는 동토로 알려진 동북부 시베리아의 중심 도시다.

이곳에 사는 소수 민족 중 제일 큰 민족이 야쿠트족이다. 그래서 이 지역을 야쿠티아라고도 부른다. 공식적으로는 사하 공화국이라고 한다.

이 나라는 넓이가 러시아 연방의 5분의1을 차지한다. 그래도 인구는 2백만명밖에 되지 않는다.

1994년 5월 어느 날 연구실 전화선을 타고 낯선 목소리의 러시아어가 들려왔다. 야쿠츠크에 한국학교를 세우기 위해 서울에 온 야쿠트인과 고려인 대표였다. 야쿠츠크를 방문했던 어느 한국인이 대접을 잘 받고 이들을 도와주기로 굳게 약속을 했다.

그러나 정작 서울에서 그 사람은 만날 수가 없었다고 한다. 순간 저간의 상황이 미루어 짐작됐다. 나는 이들의 푸른 꿈이 좌절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사하 한국학교 건립 및 후원에 나서기로 했다.

이후 지인들의 도움으로 네명의 한국어 선생님을 선발할 수 있었고 그 해 여름 야쿠츠크시에는 '사하-한국학교'가 세워졌다.

학생수는 2백여명, 교사 25명에 초대 교장은 네명의 한국인 교사 중 한국외대 통역대학원 출신인 김행근 선생님이 맡았다. 김행근 교장 체제에서 학교는 한국식 교육체계와 질서를 갖추고 야쿠츠크 사회의 새로운 교육모델로 떠올랐다. 8년이 지나는 동안 이 학교는 야쿠츠크의 명문이 됐다.

그러나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. 매년 여름 10여명의 학생을 서울로 초청해 연수를 시킨다. 이를 위한 비용 마련이 쉽지는 않았다. 특히 국제통화기금(IMF)체제에서는 그 어려움이 컸다. 그러나 많은 지인들이 그 뜻을 이해해 주고 도움을 줘 한번도 중단하지 않고 연수를 계속해 왔다.

이런 덕분에 2000년에는 야쿠츠크 대학교에 한국어과가 개설됐다. 여기에도 매년 교수를 한 명씩 보내고 있다. 올해에는 이 대학에 한국문화연구소도 세워질 예정이다.

지난해에는 시 정부에서 태권도 전용 체육관을 사하-한국학교 부속으로 지어 주었다. 이제는 문화에 관한 자료도 보내고 유능한 태권도 사범도 파견해야 한다.

아주 작은 마음으로 소수의 사람들이 조그맣게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 됐다. 야쿠츠크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가지는 꿈이 너무나 순수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.

김 제냐.강 뉴루구아나, 이런 아이들은 한국인 4세로서 '사하-한국학교'를 통해 잃어버렸던 한국과의 인연을 되찾아 꿈을 키우고 있다. 또 시마.비카 같은 아이들은 야쿠트인으로서 자신들의 문화가 동아시아권이라는 정체성을 찾고자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.

야쿠티아의 어린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태권도를 익히며 우리 문화를 통해 소수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키워나가는 것이 대견하다. 사하 공화국 야쿠티아에는 천연가스.다이아몬드.철.금.은 등 지하자원이 엄청나다.

그래서 이 지역은 우리에게 무척 중요하다고들 한다.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우리와의 교류를 통해 되찾는 것이다.

한국이 해외 한국학교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. 교육을 통한 문화교류가 이제 막 태동한 한국과 야쿠티아, 러시아 간의 유대에 더욱 더 크게 이바지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.

강덕수 한국외대 교수.'사하-한국학교'고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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